12월 14일 토요일 본과정 마지막 노작시간 텃밭에 심은 배추로 김치를 담가 두부보쌈을 만들고, 배추전, 산적을 지졌습니다. 장작으로 불을 지펴 고구마와 석화도 구웠습니다. 한 학기동안 노작을 마무리하며 마을어르신들께 인사도 드리고 막걸리도 따라드렸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곳곳에 계신 선생님들께 음식을 나누며 마을 어르신들께 음식을 나누며 넉넉하고 행복한 웃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나눔으로써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모두 행복했습니다.
12월 20일 금요일 점심시간 방송부의 <움직이는 라디오-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열리고 있습니다. 내일이 축제인데도 아이들은 틈새를 공략하여 놀이마당을 펼칩니다. 이 모든 시간들이 언젠가 돌아보면 아름답고 따뜻한 추억으로 떠오를 날이 오겠지요. 베트남 여행을 갔다온 뒤 5학년 아이들 모두와 혼연일체가 되어버린 미성샘이 노래하는 것을 가만히 듣다가 나도 모르게 욱하고 주르륵 눈물이 흘러버립니다. 흘러내린 눈물을 누가 볼까 훔치지도 못하고 그렇게 또 가만히 또 하나의 기적 을 지켜보았습니다. 앞에 앉은 5학년 남학생들의 뒷모습이 하나하나가 다 기적입니다. 지혜학교의 대학입시 결과만이 기적이 아니라 부딪히고 깨지며, 울며 불며 지내던 시간들을 함께 하고 나면 화사한 영우의 미소처럼, 수줍은 세환이의 웃음처럼 기적은 우리 앞에 꽃처럼 피어올랐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우리들을 힘들게 하던 그 아이들이 지나고 보니까 우리를 이렇게 성장시킨 것 같아요." 오늘 내 귀에 전해진 그 말이 그대로 기적입니다.
12월 21일 축제가 끝난 날 밤 10시 경 델포이 정경입니다. 내일이 겨울방학 귀가하는 날인데 지혜학생 전원이 모여 밤늦도록 비상총회 중입니다. 12월 13일 본과정 학생회 선거 이후로 1주일 사이에 지혜학교 학생들은 투표권 문제로 비상총회를 2회 열고 선거를 3번 치루었습니다. 기말 과제 마무리와 축제 준비라는 두 산이 가로막혀 있었지만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학생들의 요구와 의지는 늦은 밤도 귀가를 미루는 것도 불사하고 불타올랐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부분의 요구를 미루어두지 않고 모두의 것으로 받아들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부분의 생각이 전체의 생각으로 다시 만들어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회의를 이어나갔습니다. 결국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안을 만들어내고 속전속결로 선거를 치루어 곧바로 실행하는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번 선거로 요구와 주장, 대화와 타협, 조정과 화해 등의 여러 가치들을 몸으로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겠지요. 세 번째의 선거 결과를 모두가 받아들이며 당당하게 방학에 들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부럽기도 했지만, 어른된 자로서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