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날짜 : 2014-04-10

‘고운이’라는 말입니다. 이 녀석은 사연이 있는 말입니다. 지난 설 날, 강원도의 한 승마장에서 빙판길에 미끌어져 오른쪽 골반을 다쳐 폐마가 될 녀석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걷지 못하는 말은 ‘안락사’를 시키거나 고기로 거래되는 것이 말의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16년을 산 말이라 그 세월의 경험이 너무 아까워 마음이 쓰였습니다. 말 주인에게 요청한 말의 동영상을 체크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거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습니다. 너무 너무 안타까워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며칠을 컴퓨터 앞에서 ‘고운이’만 보고 있으니
“무엇을 망설이시나요! 이미 결정했으면서...”
동료 선생님의 그 응원에 다시 주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잘 돌봐 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넓은 운동장과 주변 환경을 찍어 보냈습니다.
다음 날, 말 주인이 ‘사진을 보니 아주 훌륭한 초지와 넓은 운동장이 말에게 적합한 곳 같다며’ 기증을 할 테니 아이들과 잘 키워 달라고 했습니다.

‘고운이’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은 너무 말랐고, 동영상에 본 대로 걸음이 형편없었습니다. 지금의 우려들도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는데 폐마까지 데려와 밥만 축낸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최소 6개월은 방목을 해야 되는데 그 때까지 우리의 조급증이 이 말을 지켜줄 수 있을지 염려도 되었습니다.
“들이는 공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
교장샘께서 조용히 다가와 한마디 해 주셨습니다. 좋은 날 꼭 있겠지요!
죽이든 살리든 아이들과 함께 키워보기로 했으니 제대로 키워야 겠지요! 특히 나의 든든한 후원군 2학년 우찬이가 제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으니..., 우찬이는 아침, 점심, 저녁 ‘재활훈련’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밥과 마분 치우기까지 단 한 번도 싫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 성실한 말지기입니다. ‘말귀신은 죽어야 떨어진다는’ 미국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5년을 넘게 말귀신과 함께 하지만 우리 우찬이는 이제 슬슬 시작하나 봅니다.

‘고운이’는 16살이란 나이답게 아주 성숙하고 얌전한 말입니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50정도 된 말이지요! 그래서 ‘워~’하면 가자고 할 때까지 얼음 땡 할 정도로 착한 녀석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산책을 할 때 고운이를 데리고 다닙니다. 꼭 개 끌고 다니듯 말입니다^^ 산책을 하다보면 학교 주변에는 고운이가 먹을 싱싱한 풀이 가득가득 합니다. 풀 뜯어 먹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를 안정이 찾아옵니다.
이런 아이들의 노력에 고운이가 감동을 받았는지 열심히 재활에 임했고, 이제는 걷기와 빠른 걸음인 속보를 큰 무리 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약 70% 이상 정상적이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수의사도 반 쯤은 포기한 말이 아이들로 하여금 새 생명을 얻은 셈이지요! 앞으로 한 두 달은 더 재활을 해야겠지만 이제는 걱정 단계는 넘어 섰으니 참으로 다행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란 인간과 동물 사이에 통하는 언어인 것이 분명합니다. 고운이의 건강은 우리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된 마음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만 적으렵니다.